배가고파서 어제 다 못 썼지.
사실 한번에 다 썼어야 했는데..
아무튼!
내가 히키코모리 경력이 약 1년에 가까워졌을 때,
그나마 가끔 연락하던 여사친이 있었는데,
갑자기 여사친이 더 이상 연락을 안할거라며,
너도 연락하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끝났어.
여사친의 주장은 간단했지.
우리는 현실에서 안 만난지 1년이 되었고,
(아마도 여사친은 나랑 만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통화도 거의 안했고,
주로 문자를 했거든.
내가 현실도피하는게 싫다며,
이미 직장인인 여사친 입장에서는
더 이상 나랑 인연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을거 같아.
나도 그냥 모든게 귀찮았고,
우리의 인연이 끝나는 것에 미련도 없었고,
그냥 좋았어.
여기까지는 내가 히키코모리로 그냥 살 생각이었고.
그런데 사건이 터짐.
아는 형이 오랜만에 전화가 왔는데,
나랑 여사친이 사귀냐고 묻는거야.
이게 뭔 소리야?
우리의 인연은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는데,
그 당시에 뭐더라.
인스타그램은 아니고,
트위터? 아니면 미니홈피?
아무튼 그 때도 sns는 있었으니까
여사친 sns 들어가 보래.
그래서 들어갔지
그랬더니 사진이..
빠밤!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네?
엥?
나랑 같이 찍은 사진 있을 수는 있지만,
저런 장소에 간 기억이 없는데..
합성인가?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내가 아니야 ㅋㅋ
나랑 굉장히 닮은 사람이야.
조석님의 마음의 소리 에피소드 중에
조석님과 비슷, 혹은 똑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나도 뭐 비슷하게 생김
그러니까 나는 되게 도플갱어가 많음.
아.. 나랑 닮은 사람과 사귀는구나.
그런데 모습만 닮은게 아니야.
취미,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 옷 스타일 등등
모든게 닮았어!
그럴 수 있지.
여기까지도 오케이였어.
가장 결정적인게 뭐였냐면,
나보다 키가 크더라고 ㅋㅋ
내가 그 당시에 키가 166.7 정도였어.
(키작남 특: 소수점 단위까지 포기 못함)
그런데 그 남자..
키가 170이 넘어...
갑자기 화가 나더라?
왜??
모르겠어. 나도 ㅋㅋ
왠지 나랑 모든게 같은데,
딱 키만 나보다 큰 그 남자.
나는 키에 대한 열등감도 없었는데
갑자기 뭔가 열등감 같은게 생겨버린걸지도?
나는 갑자기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가자.
나가서 여사친 만나서 물어보자.
뭘 물어볼건가?
모르겠어.
그 당시의 나도,
지금의 나도,
뭘 물어보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만나서 물어봐야겠더라고
화라도 내야겠더라고 ㅋㅋ
그래서 나는 집 대문을 열었지.
아주 호기롭게 문을 열고!
한발 밖으로 내딪으려는데,
나갈 수가 없어....
왜?
몰라
나갈 수가 없어.
1년 정도 안나갔으니
나가는 방법을 까먹었을까?
나는 정말 나가고 싶었어.
안되더라고,
다리가 안 움직여.
그래서 나는 내 다리를 손으로 붙잡고,
팔힘으로 움직여 보려 했으나,
내 다리는 마치 금강불괴 붙박이장 마냥
움직이지 않더라..
하지만 내가 누구냐!
아이디어만큼은 많다 이거야!!
군대에서 배운 포복으로 기어서 나가자!!
후후.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응용 포복에
누워서 하는 포복까지!
집 안에서는 잘 가거든?
그런데 대문 밖으로 못 나가ㅋㅋ
쳇. 결계인가?
주술회전 영역전개 같은건가??
하지만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그것은 바로 앞구르기.
하하!
대문 바로 앞에서 앞구르기를 시전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게 되지
뭐든 한번이 어렵지
두번, 세번은 쉬운법!
한번만 나가보자!!
여사친을 만나서 물어보자!!!
하지만 앞구르기, 옆구르기, 뒤구르기 전부 실패.
나는 나갈 수 없어.
못나가.
이유는 모르겠어.
안되더라고.
마지막 희망은 뭐냐면,
낮이라서 혹시 내가 못 나가나?
약간 체질이 뱀파이어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나?? ㅋㅋ
그래 밤에 나가자.
밤이나 새벽에는 나갈 수 있을거 같다.
왠지 느낌이 그래.
포기하지 말자.
그렇게 밤 12시가 넘어서,
다시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고,
대문을 열고!
가보자~!!
안 되더라고,
포기했어.
ㅋㅋ
안되는데 뭐 우짜냐..
그리고 몇 일 후
컴퓨터하면서 인터넷 여기저기 돌아 댕김.
인터넷에 재밌는거 올라오는 사이트 좀 뒤지다가,
내가 라디오를 좋아했었는데,
그 당시 마왕이 하는 라디오가 있었어.
고스트네이션? 고스트스테이션?
아무튼 지금은 돌아가신 고(故) 신해철님 라디오인데,
인터넷에 마왕의 라디오가 올라와 있더라고,
그런데 내용이 히키코모리 극복 방법이야!
게시물 올린 사람은 몇 년동안 히키코모리였는데
이 라디오를 듣고 극복했다며,
마왕이 시키는대로 해보래.
나는 또 마왕에 대한 신뢰가 좀 있었으니까
한번 해봤지.
그 당시에는 히키코모리라는 표현도 아마 없거나,
잘 안썼던걸까?
마왕은 나같은 인간을 냉동닭이라고 표현했어. ㅋㅋ
1. 씻기
거울을 보라고 하더라고,
거울을 보니까 왠 괴물이? ㅋㅋ
머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샤워나 목욕은 한달에 한번?
면도도 안했고,
밖에 안나가니까 미용실도 안가고,
당연히 머리도 왠만한 여자 단발보다 길었지.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사람이 자연스럽게 씻거든.
그런데 집에만 있으니까 씻을 일이 없어 ㅋㅋ
거울 속 내 모습은,
엄청나게 더러운 인간인데,
수염도 덥수룩하고 머리도 긴
그것은 그냥 괴물이었어.
그러니까 못 나간거야.
그런 모습으로 어떻게 밖에 나가겠어.
2. 옷 고르기
그렇게 매일 씻다보니,
옷을 고르라고 하더라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래.
그래서 옷을 골랐지.
3.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여 약속 잡기
말 그대로 모든 사람한테 문자 보내고,
만나자고 함.
그렇게 일단 약속이 잡히니까
밖에 나가게 되더라.
1년만에 미용실도 갔다가 왔지.
이렇게 끝이야.
밖에 나갈 수 있게 되었어.
그렇게 밖에 나가는데,
갑자기 아빠가 용돈을 주는거야.
큰 돈은 아니었는데,
3~4천원 정도?
나는 좀 신났지.
초코우유 사먹을 생각이었어.
그런데 그 돈..
평생 못 쓴다. ㅠㅠ
나도 모르겠는데,
수 많은 돈 중에 하나일 뿐인데도,
그 돈은 못 쓰겠더라.
나의 추억 상자에 넣어놨어.
추억 상자는 사실 자살 상자야.
자살하기 전에 보는 상자.
그런데 내가 자살을 극복한 후로는
사실 그 상자를 보는건 자살하기 전이 아니라
그냥 추억을 되새기려고 열어 보게됨 ㅋㅋ
그런데 내가 몇 일 전에 추억 상자를 열어봤는데,
그 돈이 없어짐.
안 썼는데.. ㅋㅋ 뭐지?
좀 아쉬웠음.
아무튼 나는 히키코모리를 극복하고,
매일 새벽 지하철 역에 가서 무료 신문을 가져왔어.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는 지하철 무료 신문이 있었다구~!
그리고 지하철 역 두군데를 가서 신문을 가져오고,
지하철역 세군데를 가서 신문 가져오고 ㅋㅋ
그러다가 콜센터에 취업함.
끝!
P.S.
여사친은 만나지 않았어.
히키코모리를 극복하면서,
화났던 감정이 무뎌져서ㅋㅋ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지를 모르니까
나도 나를 모르니까!
그래도 그 여사친한테는 고마운 감정이야.
너 아니었으면 나 밖에 못 나갔을거야.
나의 현실도피는 너 덕분에 끝났다.
하지만 나를 매우 닮고 나보다 키 큰 그 남자랑
잘 되지 않기를 빈다..
제발 헤어졌기를..
암튼 그렇게 완전히 끝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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