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20대 초반일 때
처음 담배를 피웠다.
아는 형들, 친구들을 통해
담배를 배웠다.
담배를 처음 피웠을 때
기침이 엄청 났다.
이걸 왜 피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그건 겉담이라며
쭈욱 폐까지 빨아들여서 마셔야 된다고 했다.
나는 꾸준히 노력했고,
중독되었다.
담배에 중독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ㅋㅋ
2.
그렇게 담배에 중독되고 약 한달이 지나자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기 시작했다.
달리는게 아니라 걷는데도 숨이 차다니..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담배를 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분이 좋지가 않다.
니코틴 중독 초기에는
내 평소 기분이 80점이면, 담배를 피웠을 때 120점 정도가 된다.
구름 위를 걷는 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란걸 알게 됐어~♬
나에게 담배란 사랑이자 우정이었다.
이렇게 좋은걸 왜 이제 피우게 되었는지 후회가 밀려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니코틴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내 평소 기분은 -50점 정도가 되고, 담배를 피웠을 때 60점? 정도가 된다.
개손해..
그런데 끊을 수는 없어...
3.
내가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함께 담배를 피웠던,
스모킹팸이 있는데,
담배 피면서,
커피나 음료도 마시면서,
별 것도 아닌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 ㅋㅋ
니코틴도 충전하면서 노가리도 까고 1석2조
그러다가 어느날
스모킹팸의 대화를 엿들었다.
나한테 담배를 얻어 피우고,
내가 담배를 달라고 하면 돛대라고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 ※돛대는 담배가 마지막 1개 남았다는 뜻으로,
처자식도 안 준다는 최후의 담배다.)
생각해보니 내가 담배 한갑을 피우면,
내가 피우는건 1~2개 정도고,
나머지는 다 남주고 없다.
그러면 나도 얻어피울 때가 있어야 하잖아?
내가 달라고 하면 돛대래
그걸 내가 엿들었다.
그냥 듣는 것보다,
엿들은 정보는 신로도가 높다.
4.
그래서 내가 가진 담배를 전부 버렸다.
한보루 사서 몇 갑 피우지도 않았는데,
그냥 다 버렸다.
그리고 라이터도 버렸다.
철제 라이터..
일명 지포 라이터도 다 버렸다.
그리고 담배 끊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비환..
그 비웃음 환호성으로 바꿔주겠어.
그런 마음이었다.
(물론 그 때 당시에는 그비환이라는 밈이 없었다.)
그렇게 나와 함께 담배를 피웠던,
친구들과 형들이 도와주었다.
끊임없이 너는 못 끊는다며,
그렇게 담배 끊는게 쉬우면 세상 사람 다 끊지!
그렇게 계속 못 끊는다고 할 때마다
나는 다시 피우고 싶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역시 담배는 끊기 쉽지 않은 것이다.
5.
담배를 끊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을 이야기하자면,
그는 나보다 1살 많은 형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이 사람이 어떻게 하냐면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내 입에 막 갖다 댄다.
그러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새 담배에 불 붙인게 아까워서라도,
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샘 솟는다.
하지만 신께서는 극복 가능한 시련만 주시는 법.
나는 무교다.ㅋㅋ
절대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말했다.
< 형이 알려준 지옥은 유황불로 되어있다고 했잖아?
그럼 담배 필라면 불은 없어도 되겠네.
나 죽어서 지옥가면 담배 엄청 필거야.
줄담배 필거야.
하지만 살아서는 절대 안펴! >
그 후로 그 형도 포기한듯ㅋㅋ
6.
아직도 힘들 때면,
내 왼쪽 귓가에서 악마가 속삭인다.
담배를 피우라고,
피워본적 있으니까 이번에는 쉬울거라며,
담배를 피우고 편해지자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오른쪽 귓가에서 또 다른 악마가 속삭인다.
담배 피우면 너 또 호구되는 거라고,
몸에도 안 좋은 담배를 왜 피냐고,
남한테 피해만 주는거라고,
죽어서 지옥가서 담배 피우겠다는 결심은 어디갔냐고..
그렇게 나는 약 18년째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P.S.1
요즘 산불이 많이 나길래.
모두가 금연이라도 해야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써봤다.
P.S.2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양쪽 귓가에서 악마만 속삭이네?
천사가 없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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