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증조할아버지,
아버지의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해보겠다.
증조부는 강원도 원주에서 살았는데,
일제강점기 시절 원주 근처에 기찻길을 까는 일을 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주로 우물에서 물을 퍼서,
기찻길 까는 곳으로 물을 날랐다고 한다.
원주도 산이 많아서 꽤 힘과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지만,
증조부는 그 당시 기준으로 힘과 체력이 좋았고,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주먹도 세다고 소문이 있어서,
동네 양아치들도 건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나 물을 퍼 나르는 일을 하루 종일 하고,
돈을 받고 집에 가려는데,
그날 기찻길 일했던 일꾼들 전부 저녁을 사주겠다며,
갑자기 회식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짜로 밥 먹는 거니까,
거절하는 일꾼들이 거의 없었고,
다들 근처 식당에서,
탁주에 국밥 한 그릇씩 먹는데,
갑자기 일본 순사들이 식당으로 쳐들어 오더니
지금 여기 식당에 독립운동가가 있다며,
자백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오지 않자,
전부 손을 밧줄로 묶고 엮어서,
인간 지네 느낌으로 줄줄이 데려갔는데..
근처에 빈 밭으로 갔다고 한다.
비어있는 밭에 식당에서 밥 먹던 사람들을 모조리 넣고,
지금이라도 독립운동한 사람 나오면 나머지는 살려주겠다며,
다시 한번 엄포를 놓았으나,
아무도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일본 순사들은,
사람들을 줄을 쭉 세우고,
3명이 딱 붙어 있게끔 세웠다.
왜냐면 총알 아까우니까,
한방에 3명까지 죽일 수 있어서?
그렇게 세웠다고..
그런데 그 순간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손을 번쩍 들었다?!
죽는 건 죽는 건데,
나중에 가족들이 시신을 찾기 쉽게,
물건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일본 순사들은 허락했고,
사람들은 주섬주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바로 옆에 놓았다.
그리고 다 죽었지 머.....
증조부도 죽었고..
나중에 가족들이 가보니까,
증조부 시신 옆에,
곰방대랑, 겉옷, 신발이 가지런히 있었다고..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 혹시 증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던 건 아닐까? > 생각했는데..
아버지 이야기로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아마 엄청 가난해서 독립운동했을 리가 없다고 한다.
예전에 시골에 가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 중에서는,
독립 운동 했을 거라고 하는 사람들과,
독립 운동 했으면 식당에서 나왔겠지.
다 죽는 선택했을 리 없다며,
독립운동 안 했을 거라는 사람들로 나뉜다.
P.S. 1
그날 식당만 안 갔어도.. ㅠㅠ
P.S. 2
그런데 왜 갑자기 증조부 이야기가 쓰고 싶었을까?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서 그랬을까?
6.25 전쟁 같은 것을 쓰는 게 맞을 건데..
나도 몰라 ㅋㅋ
아무튼 증조부 이야기는 내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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